SOOPUI PEOPLE수푸이는 자연스러운 사람과 닿아 있습니다. 9월의 어느날 ‘모델이 필요한지 궁금하다’며 한 고객이 메일을 주셨습니다. 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용기를 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던 수푸이에게도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완벽한 몸을 만들어야만 하는 바디프로필이 아닌, 지금의 나를 꾸밈없이 담은 프로필을 함께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울 연희동 따뜻한 가을 볕에서 수푸이의 베이스웨어를 입은 서영님을 만났습니다. BODY " 몸을 만들어서 지방층을 아무리 얇게 만들어도 앉아있고 힘 풀면 접히는 게 자연스러운 몸이에요. 저도 멋진 몸, 탄탄한 몸을 좋아해요. 하지만 ‘사실 몸이라는 것은 늘어나고 접히는 것이다’를 알리고 싶은 것이 제 마음이에요. 이미 완벽한 몸에 대한 사진들은 미디어에 너무나 많거든요. " 수푸이와 사진을 찍게 된 이유 " 저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이롭고 아름답게 꾸미는 분들을 존경해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사진이든, 영화든, 의류든, 액세서리든 만드시는 브랜드 안에 담긴 노력과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가까이서 보면 배울 점이 많고 재밌는 것 같아요. " 반환점 "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제 인생은 정말 다사다난했어요. 가족과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힘든 일이 짧은 간격으로 겹치면서 평소에 추구하거나 믿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 후 저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친구, 직장동료, 가족을 만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어요. 혼자 명상하고 운동하고 책을 읽으며 그렇게 한 달을 보냈어요. 저를 둘러싸는 주변에 모든 것이 없어 졌을 때, 비로소 제가 누군지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비움 " 무언가를 심으려면 잡초를 뽑듯이, 그릇에 담으려면 먼저 비워야 하듯이 우리는 과거를 놓아주어야 해요. 이 순간을 가슴 벅차게 살아가야 해요. 그래야 나라는 사람을 가두지 않고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명상은 이 과정을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보통 명상할 때 허리를 펴고 호흡에 집중해요. 제가 바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이나, 신체 자각 활동도 크게 도움이 되지요. 책이나 요가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 서영의 집 창에서 바라본 풍경 자연과 나 " 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 집 앞은 산과 강이 있고요, 논에는 가을마다 노란 벼가 자라요.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의 결이 보일 정도로 산이 가까이 있답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번갈아 가시면서 예쁜 세발자전거를 타시고 새벽과 해질녘쯤에 오셔서 논일하시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산과 논 사이에는 코스모스 길도 있답니다. " "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편의점도 너무 멀고 아는 사람도 없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외로움도 많이 탔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과 제가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기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 같은 웅장한 것을 보면 아우라(Aura)가 느껴진다고 해요. 숲이나 산이나 바다를 보고 있으면 가지고 있는 걱정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껴요. " 앞으로의 목표 " 자연, 명상에 대한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에요. 이 메시지를 재밌고 유익한 것으로 만들어서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함께 사랑할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어지러운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기 너무 쉬워요. 자신을 비우고 이 순간을 바라보며 서로 사랑하고 지켜주고 응원해주며 살아가면 다들 행복해진다고 믿어요. " - 서영님과 대화하며, 몸과 마음을 잘 가꾸는 사람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을 느꼈어요. 꽉 채워져 있는 마음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지금 이 순간을 담고 싶다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model @sxx_yxx______ photographer Junghyun Lim @4.0._clock